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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단> 더불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공존의 철학

2018.01.17ㅣ최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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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신경림


북한강가 작은 마을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는
종일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업이다
오십 명이 좀 넘는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밭매는 그애들 어머니들한테서 배운다
뱃사공한테 배우고 고기잡이한테 배운다
산한테 들한테 물한테 배운다
제 아내한테도 배우고 자식한테도 배운다
남들이 그를 선생이라 부르는 것은
그가 이렇게 배운 것들을
아무한테도 되돌려준다고 말하지 않는대서다
그는 늘 배우기만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질문에서 배우고 또
아이들의 장난과 다툼에서 배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모르랴
배우기만 한다는 그한테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똑같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더불어 살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는
평범한 진실마저 모르는 잘난 사람들이
자기만이 가르치고 이끌겠다고 설쳐대어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서울에서
백리도 안 떨어진 북한강가 작은 마을 말골에서

 
시 감상
 
1993년 초판이 발행된 신경림 시인의 『쓰러진 자의 꿈』에서 한 편 뽑았다. 책장을 정리하여 다 읽은 책들을 기증하기로 하고 기증할 책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다가 이 시를 만났다. 신경림 시인은 올해 연세가 84세가 되는 원로시인이다. 이 시는 시인의 나이 59세의 원숙한 경지에서 쓴 시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소박한 한 시골학교 교사의 삶의 자세를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갖추어야 할 생활인으로서의 바른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주인공은 선생이지만 그는 모든 이, 모든 현상으로부터 늘 배운다. 그는 항상 배우기만 한다고 말하는데 아이들과 그 어머니들은 오히려 또 그에게서 배우고 있으니 이는 더불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상호 공존의 철학이 배어 있다고 하겠다. 이 시를 쓸 당시보다 지금은 세상이 더 복잡하고 생활 양식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 속성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겸허하고 소박한 삶의 자세는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사회의 아름다운 미덕이 아닐 수 없다.(시인 최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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