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메뉴 열기

시민들이여, 지역 예술가들을 사랑하라

[기자수첩] 공연 ‘Korean Breath’ 통해 본 지역 예술의 가능성

16-10-08 21:14ㅣ 배영수 기자 (gigger@naver.com)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링크 카카오스토리 메일 보내기 url

월드뮤직 그룹 ‘세움’이 자신들의 곡 ‘사계화’를 선보이고 있는 순간. ⓒ배영수
 
8일 부평에서 ‘Korean Breath’를 공연한 월드뮤직그룹 ‘세움’은 인천을 중심으로 결성된, 엄연히 ‘인천 팀’이다. 그러나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스로의 활동 영역을 인천에 국한시키지는 않았다. 인천시민이라면 어떤 면에서는 “인천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인천은 전반적으로 ‘기회의 땅’일 수가 없었다. 지역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특히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지역 현실이 전혀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료 공연은 ‘유료’라며, 그래서 무료로도 진행해보니 ‘무료니까 가치가 없다’며, 가지각색의 이유를 대는 시민들이 모여 있는 판이다.

공공기관인 인천시라고 다를 게 없다. 지난 4월 시 문화예술과에서 “아마추어에겐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예술가들에게 의무를 부여하면서 전혀 페이를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사업 추진을 한다고 했다가 전국 예술가들의 성토의 대상이 됐던 버스킹 무대 행사는 인천시 공직사회의 예술인식수준이 ‘바닥’임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한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인천은 그야말로 민관 할 것 없이 ‘예술가들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도시’다. 기분 나쁠 시민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는 8일 공연을 했던 세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세움의 전통타악기와 구음을 함께 담당하는 멤버 이민형의 퍼포먼스. ⓒ배영수
 
지난해 유럽 최대의 예술난장으로 평가받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이후, 이들의 행로는 보다 탄탄해졌다. Hi-Res와 같은 유럽 굴지의 음반 레이블들이 이들과 릴리즈(음반 발매) 계약을 맺고, 이들의 콘셉트 작품으로 선을 보인 ‘Korean Breath’가 워싱턴 DC와 유럽 등지에서 찬사를 받아오는 동안에도, 그리고 뒤늦게 이들을 알아본 서울 울산 등의 지자체가 이들을 초청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인천에서 이 작품을 펼칠 기회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비록 2년 전 단원들 월급 줘야 하는 통장 잔고에 수천 원밖에 남아있지 않던 것을 기자가 직접 눈으로 보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의 세움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예술적으로 ‘실향민’의 신세였다. 물론 공공기관에서 초청한 행사 차원에서의 공연들은 꽤나 있었지만, 그런 무대를 통해 작품세계를 선보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 세움 말고도 인천의 많은 예술단체들이 그런 상황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세움에게 8일 부평아트센터에서의 공연 ‘Korean Breath’는 큰 의미가 있었다. 본인들에게 여러 가지 다른 의미가 있었을 테지만, 명확한 것은 근자에 이들이 부평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지정되면서 자신이 결성된 인천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구성의 무대를 펼쳐 보일 수 있었다는 일종의 ‘감회’가 이들 일원들이 느낀 ‘제1의 공통분모’였을 것이다.
 
기자가 처음 세움의 음악세계를 접했을 당시, 이들은 국악을 철저히 중심에 두고 활약하던 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부터 멤버교체 등을 통해 세움은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이라 여겨지던 국악의 편성을 대폭 줄이면서 재즈 신에서 활발히 활약해 오던 김성배(베이스), 김성완(색소폰), 하승국(트럼펫) 등 재즈 연주가들을 단원으로 불러들였던 부분이다.

 

세움의 음악에서 멜로디 라인을 책임지는 멤버들. 왼쪽부터 김성완(색소폰), 김성배(베이스), 하승국(트럼펫) ⓒ배영수
 
이렇게 주조된 이들의 사운드는 악기군을 통해 국악의 느낌을 주면서도 연주의 측면에 있어서는 현재 유럽의 재즈 신에서 활발하게 연주되는 포스트밥 계열의 하이브리드한 스펙트럼을 갖게 됐다. 리더로서 세움의 초창기 연주단원이기도 했던 유세움(대표 및 기획)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음악의 구현이 이들을 만나면서 조화를 이루고 구체화되는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러한 사운드를 유럽에서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유니크한 팀들을 발굴하는 유럽의 기획자들과, 연주자들 스스로가 니켈하르파, 칸텔르와 같은 유럽 민속악기들을 재즈에 사용하며 인도의 타악기인 따블라 등을 색소폰 등과 아무렇지도 않게 섞어대는 유럽의 분위기에 세움의 음악은 그야말로 100% 부합하는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의 음반 사이트까지 뒤져 이런 음악들을 찾아내고 과감히 카드를 긁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직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을 제대로 접했을 리 없는 시민들에게 세움의 이날 공연은 다수가 생경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이날 초대권으로 왔을 법한 이름 모를 한 관객은 “편성에 드럼이 없어서 왠지 이상할 것 같다”고까지 말하며 별 기대를 안 하는 듯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후 자리를 뜨는 관객들의 반응은 “일반적으로 방송전파를 타는 크로스오버 뮤직 같은 것과 전혀 거리가 먼 음악인데도, 장구와 꽹과리가 저렇게 완벽히 어울릴 줄 몰랐다”는 것이 대다수였다.

 

세움의 가야금 파트와 꽹과리 연주를 담당하는 멤버 이준. ⓒ배영수
 

실제 이들이 선보이는 ‘재즈와 타 장르의 화학적 조화’의 접근은 지금의 유럽에서도 이 계열의 뮤지션들이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는 현대작법 중 하나다. 전 세계의 모든 민속 악기를 습득하고 익히는 것으로 유명한 스테판 미쿠스(독일)은 이미 유럽 최고의 재즈 레이블 [ECM]의 간판주자가 된 지 오래고, 마르코 앰브로시니(스웨덴), 아누아르 브라헴(튀니지), 시니카 랑에란(핀란드) 등은 유럽의 재즈 무대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물들로 거론되곤 한다.
 
영역을 더 넓히면 수백 수천에 달하는 연주자들이 더 있다. 색소폰 연주자인 라르스 뭴러(덴마크), 존 서먼(영국), 그리고 베트남 출신으로 유럽 재즈 신에서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 응웬 레 등 재즈와 타 민속음악을 절묘하게 섞는 하이브리드 뮤직을 선보여 찬사를 받은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다. 우리나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역시 마찬가지. 이들 뮤지션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주력 장르와 섞는 타 민속국가의 소리들을 직접 찾고 연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장구와 꽹과리 위에 기타를 섞는 등 기존의 ‘물리적 외연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크로스오버 뮤직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움의 지금까지의 음악 행로도 그랬다. 국악인들 위주로 단원들이 구성돼 있을 때만 해도 스펙트럼이 그렇게 넓다고 할 수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초 결과물을 냈던 자신들의 작품 ‘Rewind & Rebirth’에서는 인천 섬에 남아있는 옛 노동요와 민요를 직접 가서 발굴하는 작업을 통해 이를 포스트모던한 현대 재즈의 감각으로 풀어내 음악계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날 공연한 작품 ‘Korean Breath’ 역시 그러했다. 우리의 전통 감각을 서양악과 깊은 연구를 통해 조화시키는 자신들의 활동이 해외에서 어떻게 반응을 얻게 됐는지, 우리의 전통적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서양에서는 어떤 원류와 관계하고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결과로 내놓은 작품이었다.

 

공연 작품으로 올린 ‘Korean Breath’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유세움 대표. ⓒ배영수
 
취재를 하면서 다수의 인천시민들과 문화예술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인천에서는 이런 걸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들 말한다. 관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미진하다거나, 능력 있는 예술가들은 서울로 떠난다던가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유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예술가들을 우리 시민들이 내몰았던 건 아닐까. 기자는 이들의 작품 ‘Korean Breath’를, 적어도 우리는 생경함이 아닌 익숙함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본다. 분명 기자는 시민들의 무관심 역시 적잖이, 아니 어쩌면 결정적인 이유일 거라 판단한다.
 
그러나 자신이 음악을 좋아하는 인천시민이라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분명 음악의 카테고리에서 민속장르와 현대장르의 화학적 결합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동향이다.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는 아이돌 스타들의 것보다 더 세계적인 트렌트에 해당하는 게 바로 이런 음악적 연구다. 이는 국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우리 인천에 이런 작업을 하는 훌륭한 팀들, 훌륭한 예술가들이 없지 않다. 이런 친구들이 서울로 떠난다고 푸념하기 전에, 우리 시민들부터가 먼저 애정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 시점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Korean Breath’ 무대를 마친 세움의 멤버들이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배영수

<저작권자(c)인천i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링크 카카오스토리 메일 보내기 url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