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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에서 뭐하는거야? 돈도 못벌면서 ...

(19) 오래된 마을의 가치를 곱씹다.

18-02-08 04:58ㅣ 강영희 (rain-o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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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마을길 풍경 골목길



마을공동체

‘마을공동체’는 90년대 지방자치의 시작으로 주민들과 지역의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 시민활동가들이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도모하고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전개하면서 생겨났다. '마을'이란 단어는 촌락과 같은 뜻으로 동同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으로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마을공동체란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해있는 '마을'의 관한 일을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_ 위키피디아in KOREA

 

마을과 동네 <동네> 자기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공간. 한자어 ‘동내(洞內)’에서 기원한 말이다. 한자어 ‘동내(洞內)’는 ‘동리(洞里) 안’이라는 뜻에서 ‘촌(村), 촌락(村落), 촌리(村里)’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을 것이다. ‘동?(洞內)’가 ‘동네’로 된 것은 이 단어의 어원 의식이 상실된 데 기인한다고 보아 우리 사전에서는 이 말을 고유어로 처리하였다. <마을>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사는 곳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십 수 년 전부터 참 많이도 말하고 말하던 그 단어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찾아봤다. ‘동네’와 ‘마을’의 차이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마을이 주로 시골에서 쓰는 말이란 게 새삼스러웠다. 동네나 마을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시골’이 가진 정서를 담아내고자 하는 마음이 ‘동네공동체’가 아닌 ‘마을공동체’가 됐구나 싶다.
 



@만들고 가꾸기 나름이다_ 위2009년/아래2007년

 

그 즈음 정주定住냐 유목遊牧냐 하는 논쟁도 있었다. 정주하고자 했던 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기도 하고 떠돌아다니고자 했던 이들이 오랫동안 떠나지 못하거나 떠나지 않고 살기도 하는 걸 보면서 각자의 바람(지향)과 현실은 또 다르다구나 싶기도 하다.

 

마을 또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그런 공동체가 만들어지려면 지속적으로 같은 지역에서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도시민들은 상황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옛날 우리 동네는 두 갈래 길을 중심으로 3-4블럭이 작은 마을이었다. 태어나 이십수년을 살았고 어른들은 더 오래 함께 살았을 테고. 그렇다보니 여기에 사나 저기에 사나 좀 이사를 다니긴 해도 큰 변화가 없었다. 어른들, 언니오빠들, 또래들, 동생들 모두 그 마을이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나름의 관계가 지속되었고, 일상이 교차되며 없는 살림에 여러모로 서로 돕고 사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한가롭던 마을은 빠르게 도시 중심부로 빨려 들어갔고, 옛 동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음에도 그곳에 함께 살았던 친구들, 이웃들과는 거의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어른들이 친목모임을 통해 결혼했더라 죽었더라 집을 샀더라 하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뿐이다.




@위 2012년 12월 '국제서림' 벽화 이제는 사라진 풍경 / 아래 2008년 8월 철로변길 어르신들과 아이들

 

배다리마을도 10여 년 전과는 적잖히 달라졌다. 철재 가림 막으로 둘러싸 마을을 갈라놓고, 쓰레기가 쌓이던 도로부지는 텃밭이 되고 녹지공터가 되고 때때로 주민들이 어울리는 광장이 되기도 한다. 연세가 많았던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새로운 이웃들이 집을 고쳐 이사 오기도 하고, 갤러리며 책방도 생겼다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번개처럼 변해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어쩌면 거의 변한 게 없기도 하다.

 

거대 도시 한 가운데 시골처럼 낮은 집과 조용한 분위기의 오래된 마을이 철길 옆에 있다. 이 마을에 대한 다양한 욕망의 시선들이 있고, 그 마을에 사는 이들도 적잖히 그 시선에 흔들린다.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싹 고치고 싶어 하기도 하고, 귀찮으니 그냥 두고 싶기도 하고, 적당히 값이 오르면 팔고 떠나려는 이들도 있고, 이대로 가꾸며 살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먹고살기 힘드니 이익이 될만한 사업이 생기면 기웃기웃 한다.

 

이웃해 있던 송림뉴스테이가 미래에셋이 사업자 신청을 해서 결국 진행되는 모양이다. 보상금을 조금 더 받은 걸까? 평당 3-400 하던 보상금에 달리 살 길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5-600을 주면 그걸로 된 걸까? 오래된 마을이 사라지는 건데... 도시의 수많은 아파트와 새로운 동네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도 만들어지지 않는 ‘그 마을공동체’가 사라지는 건데, 그 귀한 역사가 또다시 아파트 아래로 사라지는 건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07년 9월 인천시청앞 중앙공원에서 재개발 반대 연대집회를 진행했던 모습. 

 


  2007년, 수도권 재개발 사업으로 ‘뉴타운’이니, ‘재개발 촉진지구’니,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니 하며 서민층들이 많이 살던 지역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전면재개발에 따른 강제수용 등으로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구 가정동, 부평구 십정동, 남구 도화동, 남동구 만수동 등 어디라 할 것 없이 그랬다. 평당 300-400만원의 보상가로 작게는 십여 평 크다고 해도 2-30평, 그 집을 팔아봐야 전세 값도 버거운 주민들의 처지는 배다리뿐 아니라 인천 원도심 곳곳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에 살 고 있는 세입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십 수 년의 과정 속에 더 이상 재개발이 삶을 윤택하게 하거나, 프리미엄을 받아 한 재산 챙길 수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깨달았다. 결국 은행에 월세(대출이자)내는 허울뿐인 내 집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아니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이에 30여 년 전 시작되었다는 마을공동체 운동은 다양한 재개발 사업으로 사람들을 흔들던 십 수 년 전부터 일상과 일상의 공간을 고치고 다듬고 가꾸는 운동으로 퍼지고, ‘마을지원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교육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마을공동체’며 ‘마을만들기’는 생각처럼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생활을 이끌어가는 주민들의 삶을 다지는 마을만들기보다 돈벌이용 마을관광지 조성이 되기 십상이다. 주민들의 일거리 만들기 차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이 있기도 하지만 지원이 끊기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을을 단단히 떠받히는 주민의 삶이 없으면 껍데기뿐인 관광지가 된다는 것도 그간의 과정에서 깨달은 이들도 있지만 지자체의 보여주기 행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을 활동가나 예술가들이 마을을 가꾸어 아름답게 만들면 행정이 들어와 관광지(마을)를 조성하고, 관광지가 조성되면 프랜차이즈 등이 들어오면서 세가 오르고, 세가 오르면 이를 주도했던 활동가나 예술가들이 버틸 수 없게 되고, 원주민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며 살던 곳을 떠나게 되거나 세를 받기위한 건물을 조성할 테고, 흥미가 떨어지면 관광객이 줄고, 세는 낮아지지 않고, 가게는 비워지고, 마을은 다시 슬럼화 되는 모양들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동시다발 재개발은 이런저런 수정을 거쳐 ‘도시 재생’이니 ‘뉴스테이’니 이제 와서는 ‘뉴딜’이니 하는 새로운 이름을 내세우면서 삶을 공간을 건드리고 있다. 이름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대를 하기도 하고, 실망도 하면서 재개발은 진행되어 왔고 진행되고 있다. 좀 미뤄지거나 다른 형태가 되기는 해도 결국 일상의 삶을 흔드는 건 매한가지다.



 
@2001년 여름, 송림동 8번지 철탑마을 작은 공원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이제는 이곳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는 외부요인들(대출이자와 집세, 부족한 수입, 힘겨운 노동, 끝없는 경쟁, 숨쉬기 힘들게 하는 미세먼지,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정치, 기업, 정부, 행정, 갑질, 세대차이, 남녀혐오 등등 )을 피해 끊임없이 자신에게로만 향하는 삶들. 그로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매일매일 인터넷과 TV를 채운다. 불안과 공포가 되어 더욱더 단절하게 되고 단절은 다시 사건사고들을 만드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을 전통적인 가정안에서 해결해보려고 했고 이것이 극단적인 가족중심, 가족이기주의로까지 이어졌지만 가정이 외부적 요인들로 해체되면서 이조차도 어려워졌다. 그런 이유들로 ‘마을’과 ‘공동체’의 회복이 더욱 절실해졌고, 이를 위해 ‘마을만들기’라는 이름의 마을공동체 회복 운동을 위해 노력했지만 왠지 헛바퀴만 돈 느낌.

 

오래된 마을이 사라지는 것은 그래서 그렇게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만들려고 해도 만들어지지 않는 그 마을공동체가 다시 경제논리로 사라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한 그대로 고치고 다듬으며 지켜가고 싶은 이유다. 함께 살아가는 삶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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