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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바다, 권력보다는 의지를 지렛대로”

(19) 다시 주목하는 영화 『마돈나』

18-02-12 05:39ㅣ 한인경 (miso10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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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경의 시네 공간>은 지난 1년간 독립영화 12편에 대한 연재를 마치고, 2017년 8월부터 ‘다시 주목하는 영화’라는 주제로 영화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일상의 피로를 풀어 주는 청량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인문학적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그 밖의 다양한 존재의 진실에 대하여 사유하게 해준다. 영화 속 많은 삶의 양상을 공감할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천착(穿鑿)한 철학적 외침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테마가 되기도 한다. 제한된 물리적 크기의 스크린이지만 우리는 무한대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난다. 그 속에서 독특한 재미를 느끼고 힐링하고 비상한다.


 

힘의 논리로 들여다 본 ‘마돈나’의 삶

다시 주목하는 영화 『마돈나』

 

“욕망의 바다, 권력보다는 의지를 지렛대로”

 

개 봉 : 2015. 07. 02. 개봉 (120분/한국)

감 독 : 신수원

출 연 :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변요한

등 급 : 청소년 관람불가

 

출처:영화『마돈나』

 


새해 들어 전국을 강타한 한파만큼이나 시리고 추운 영화, 보듬어야 할 영화 한 편을 골랐다. 큰 줄기는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의 민낯을 드러낸 영화지만 그것들을 드러내기 위해 펼친 보따리의 내용물은 어둡고 은밀하면서도 폭력적이다. 영화의 흐름을 관통하는 장기 밀매, 이식, 성폭력, 존엄사 등의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한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의 욕망에 방점을 찍은 영화로 평가하고 싶다.

 

첫 장면, 다리 아래 음습한 아무 곳, 온몸이 만신창이로 방치된 젊은 여인.

응급실로 실려 온 무연고자 젊은 여인, 게다가 만삭이다. 이 병원의 VIP 병실에선 원자력 분야의 유명 인사였고, 이 병원의 실소유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10년째 전신 마비로 누워있다. 급기야는 두 번 째 심장 이식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아들이 아버지의 생명을 붙잡고 있는 것. 담당 간호사 표현으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다’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그 원인이 효심이었다면 뭐 문제 될 것이 있겠는가. 아니라면 또 역시 바로 상상할 수 있겠다. ‘돈’이 아버지의 목숨을 붙잡고 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아버지. 아버지가 살아만 계신다면 매월 10억 원이란 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아들은 이식할 심장을 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마련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 사듯이 심장이 구해지진 않는다. 심장은 곧 목숨이다. 그러던 가운데 신원불명인 만삭의 여인(권소현)이 의식을 잃은 채 이 병원에 실려 온 것이다.

 

출처:영화『마돈나』

 


VIP병동에 근무하게 된 간호조무사, 문해림(서영희)에게 환자의 아들 상우(김영민)는 돈이 필요한 해림의 사정을 이용하여 여인의 연고자를 찾아서 심장이식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오게 한다. 동의서에 강제 지장을 찍은 사람은 여인의 치매 걸린 할머니. 해림은 여인의 과거를 추적하게 되면서 알게 되는 사실들에 절망한다. 둔해 보이는 몸에 가슴이 커서 마돈나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인 장미나. 어렵게 취직한 콜센터에서 근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사와의 섹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화장품 회사에서는 성폭행당하고 그 일로 임신까지 하게 된다. 마돈나의 세상은 거칠고 사나웠다. 살아남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유일한 신념을 지문처럼 온 정신에 새기며 살아간다.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병과 연장으로 때려 기절시킨다. 그 남자는 도망가 숨은 마돈나를 찾아내어 소형 버스로 납치, 만삭인 여인에게 윤간을 하고 사정없이 폭행, 다리 밑에 버린다.

 

힘 1-VIP 병동

대형 병원마다 거의 있는 VIP 병동. 질병에 VIP가 있는 것은 아닐 테니 VIP는 분명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겠다. 영화에서 그리는 VIP 병동의 모습은 마치 사회를 옮겨다 놓은 것 같다. 최고의 권력인 아들 상우 즉 실질적인 VIP는 아버지의 생명이 끊어지면 너희들도 다 죽는다고 위협적이다. 간호사와 병실에서 섹스, 마약까지. 심지어 실려 온 미나가 의식이 있다고 말하는 의사(변요한)를 그 자리에서 굴복시키며 의식이 없다는 답을 받아낸다. 숨이 있는 미나의 심장을 아버지한테 이식하겠다는 아들. 태아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다. 목표를 위해선 힘없는 자의 사정 따윈 관심조차 없다. 심지어 그것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혹여 아버지가 잘못될까 봐, VIP 병동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아들은 그곳이 자신의 월드이다.


 

출처:영화『마돈나』


 

힘 2-마돈나의 경우

국내외로 미투(Me Too) 열풍이다. 성폭행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 받고 입 다물고 지냈던 울분이 뜨거운 용암이 되어 분출 중이다. 마돈나 미나에겐 그조차 먼 나라 뉴스다. 미나는 섹스마저 살아남으려는 수단으로 삼았지만 이용만 당했고 사회는 이미 타락했다.

작년에 출간된 조영아의 <그녀의 경우>는 사회적 죽음 7건에 대하여 다룬 단편집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무언가 얹힌 듯 가슴이 답답했다. 내용 중 ‘궁극의 리스트’는 70만 원을 주인에게 남기고 번개탄 자살을 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소재로 쓴 단편 소설이다. 사회복지의 허점이 그대로 죽음까지 연결된 사례다. 청소년 시절부터 고립되었고 떠돌이가 생활이었던 미나가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알리기 위해 본인의 노력도 부족했지만, 사회적 도움도 비껴 간 인생이었다. 집단 시선이란 참으로 야릇하다. 왕따 받는 친구가 측은하나 적극적인 보호는 차치하고 내색을 하는 것조차도 불편하니 말이다. 미나가 신체를 비하한 표현인 ‘마돈나’라는 별명으로 불려가며 거리의 여자로 철저히 무너져가는 장면들, 늘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힘 3-지렛대

마돈나는 한마디로 부초 같은 생활을 한다. 설정된 인물이긴 하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때로는 일방적인 피해자이지만은 않았던 마돈나. ‘마돈나’, 성모마리아의 다른 이름이면서 미국 팝가수의 이름이기도 하다. 만삭의 미나가 끝까지 잡고 있었던 모성과 性적인 면을 함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모성을 신성화, 극대화하고자 만든 영화는 아니다. 마돈나 미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는 일념으로 기댈 언덕을 만들고 싶었고 해림은 돈이 필요해 치매 걸린 미나 할머니에게 강제로 이식 동의서 지장을 찍게 한다. 영화 후반부, 두 여인의 고단한 인생은 모성에서 비로소 접점을 찾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아주 작은 언덕이 되기로 한다.

 

출처:영화『마돈나』


 

간호조무사 해림은 미혼모로 자신의 아기를 수장시켜 없앴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 연기로 해림의 역을 훌륭하게 해낸 배우 서영희. 특히 마돈나 역, 뮤지컬 배우로서 스크린 첫 데뷔인 권소현의 캐스팅은 신수원 감독의 신의 한 수로 평가하고 싶다. 신수원 감독은 국내에서 상영관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외국에서 먼저 명성을 얻은 영화이기도 하다. 국내 개봉 전 2015년 열린 68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으며, 미국의 할리우드 제작사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까지 맺게 되었다.

 

열린 결말

마치 욕망의 화신 같은 아들(김영민)은 물론이지만 간호조무사 문해림, 마돈나 장미나도 욕망이라는 덫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욕망과 권력은 포장은 다르지만 속은 같은 것으로 본다. 해림과 마돈나는 각각 아기를 죽게 했고, 아기만은 살리고 싶어 했다. 해림은 갈등 끝에 마돈나의 아기를 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떠나고, 아기는 엄마의 이름과도 같은 ‘장미나’라는 이름을 얻는다. 감독은 힘의 논리에 철저히 배척당한 두 여인에게 각각 치유, 안전지대로 아기라는 생명을 준다.

 

권력, 돈을 쥔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관계는 어쩌면 영화 『마돈나』의 VIP 병동, Me Too 열풍에도 소심한 ‘어느 그들’, 먼지 같은 ‘비정규직 살이’가 아닐까. 욕망과 권력의 바다에서 생명 윤리도 비틀거리고 짓밟힌다. 권력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지렛대로 삼아, 감독이 열어 놓은 삶 속에서 꿋꿋하게 승리하고 있을, 문해림과 마돈나의 새 생명 장미나, 그 외 해당되는 반대쪽을 응원한다. 

한인경/시인·인천in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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