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메뉴 열기

경인아라뱃길에 운하는 없다

[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18-03-08 07:38ㅣ 박병상 (brilsymbio@hanmail.net)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링크 카카오스토리 메일 보내기 url



지중해 원산인 라벤더는 방향제로 유명한 상록 관목이다. 달콤한 목재 향이 진해 향수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며 진정 효과가 있어 고대 로마인들은 목욕물에 꽃잎을 물에 뿌려 사용했다고 한다. ‘침묵’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벤더는 “씻다”는 어원에서 나왔다고 상식 사전은 전하는데, 우리나라에 없던 방향성 식물이다. 4계절이 뚜렷하며 물과 공기가 깨끗한 우리 기후와 생태계에 어울리지 못하지만 최근 각광을 받는다. 산업적 가치보다 관광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인데, 향기 맴도는 넓은 들판의 연분홍 풍경은 멋지다.

작년 가을 한국수자원공사(이후 수공)는 경인아라뱃길의 두리생태공원에 20만㎡ 규모의 라벤더 테마공원을 꾸미고 2019년에는 라벤더를 활용한 가공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풍토에 맞지 않는 라벤더를 그 넓은 부지에 심어놓고 생태라는 용어를 끌어왔다. 생태는 다양성이 생명이고 그 지역의 자연과 어우러져야 하는데, 라벤더를 밀집해 심은 풍경이 생태일까? 조경이라면 모르겠는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그 라벤더 테마공원은 인천시와 계양구가 같이 참여한다고 수공은 덧붙였다.

강원도 고성군과 전남 광양시에 조성된 라벤더 재배단지를 그 지역에서 생태공원이라 칭하는지 알지 못하는데, 관광객 동원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궁금한데, 여러 방안을 동원해도 자전거 이용객 이외에 찾는 이 없는 곳이 경인아라뱃길이다. 8경을 선정해도 모이지 않자 라벤더를 재배하려는 건지 알지 못하지만, 그런다고 관광객이 모일까? 알 도리가 없지만 분명한 건 경인아라뱃길은 애초 기대했던 운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울이 최종 목적지인 화물이 인천항에서 경인아라뱃길을 지나 한강으로 직행하는 물류혁신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수공은 경인아래뱃길 사업으로 1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문서를 불법 파기하려 했다. 발각되어 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획기적 사업으로 치장하고 있을까? 이명박 정권은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으로 경인운하의 명칭을 ‘경인아래뱃길’로 바꾼 거처럼 왜곡했지만, 아니었다. 누구의 의견을 은밀해 수렴했는지 모르지만, 경인운하 사업을 반대했던 환경단체는 의견 수렴 자체를 알 수 없었다. 일부러 알리지 않은 걸까? 아무튼, 여러 차례의 연구로 운하의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의견을 도출한 환경단체와 같은 결과를 수공도 알고 있었지만 강행했다는 건데, 누구의 요구였을까?

경인아라뱃길은 획기적 물류를 책임질 화물선을 띄우지 못한다. 고작 18km의 뱃길을 10여 시간 이동하려고 거액을 추가 지출할 바보 화주는 세상이 없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육상교통이 있다. 관광객도 모으지 못한다. 악취를 물씬 풍기는 운하 주변에서 볼 거라곤 라벤더? 달콤한 목재 향은 지워질 테니 효과는 반감될 테지. 관광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강에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바이크 인파를 안내한다. 그게 수공의 자랑인데, 고작 18km인 자전거도로를 위해 2조5천억이 넘는 돈을 쓴 셈이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노릇이고 그 기록은 절대 바뀔 리 없다.

경인아라뱃길은 방수로의 변형이다. 계양산 일원에 홍수가 날 때 한강이나 인천 앞바다로 빗물을 빼내기 위한 물길이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강제로 변경했다. 계양산 일원의 홍수는 주변 김포평야가 아파트단지나 공장지대로 거침없이 개발되면서 무서워졌다. 습지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매립돼 성토되면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빗물을 계양산 일원의 저지대가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도처럼 모여드는 홍수를 처리하려는 방수로였지만 지금은 6미터 깊이의 오염된 한강 하류의 물을 담는 거대한 호수가 되었다, 그러자 홍수를 처리할 수단은 위축되고 말았다.

물류 가능이 없으니 뱃길은 무시해야 한다. 자전거 이용객을 위해 거대한 시설을 지금처럼 운영해야 할까? 라벤더 재배단지는 눈속임이다. 생태는 참칭일 따름이다. 생태와 관광은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합리성 있는 다양한 연구와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이다. 운하를 고집한다면 관광효과는 불가능하리라. 남은 기능은 홍수 대책인데, 그를 위해 경인아라뱃길의 수심을 6미터 유지할 필요가 없다. 여름이 오기 전에 수심을 낮추고 운하가 아닌 건강한 수변공간을 염두에 둔 논의를 펼쳐야 한다. 밀실이 아닌 광장에서.





 

<저작권자(c)인천i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링크 카카오스토리 메일 보내기 url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