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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 그리움과 아쉬움의 사이

(2) 자월도 그리고 목섬

18-05-08 06:17ㅣ 심형진 (chung_h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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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이달부터 심형진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이 연재하는 ‘심형진의 자유여행’을 시작합니다. 심 이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자신의 다음 카페 ‘소금창고가는길’을 통해 ‘여행스케치’를 써오고 있습니다. 이제 <인천in>을 통해 그와 함께 국내외 트레킹 코스, 유적지, 휴양림이나 농원, 섬, 축제 현장, 도시의 광장 등 국내 및 세계의 다양한 여행지를 자유롭게 섭렵합니다. 역사와 문화, 삶의 현장, 사람과 도시, 자연의 생생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나누며 여행의 묘미, 그 지평을 넓혀갑니다.





섬을 여행하는 것은 언제나 기대와 흥분 그리고 불안이 함께 한다. 섬을 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과연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발동한다. 섬은 아무 때나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이 허락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날씨는 아직까지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똑같은 이유에서 섬에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또한 함께 일어난다. 다행스럽게도 섬에 갈 수 있었다 할지라도 자신이 계획한 시간에 나올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인천 영흥군 자월면 면사무소가 있는 자월도에 간다. 연안부두에서 배로 50분 정도 걸려 도착한다. 선착장 들머리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고기잡이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열녀를 기리는 비다. 열녀의 고장이니 언감생심 곁눈조차 주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슬픈 현실은 섬을 돌면서 식당이나 팬션 특산물 직판장 등 돈을 매개로 하는 곳을 빼고는 곁눈은 커녕 스쳐 지나갈 사람조차 만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자월에는 목섬이 여럿 있다. 목섬은 섬에 딸린 작은 섬으로 밀물 때는 갈 수 없지만, 썰물 때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섬을 말한다. 사람의 목처럼 생긴 지형이나 형태를 목이라고도 하는데 본섬과 연결된 통로가 목처럼 좁고 길어 붙인 이름이리라.

한때는 장이 섰을 만큼 규모가 컸다는 자월도. 그 영화의 흔적을 이름으로 간직하고 있는 장골. 썰물에 드러난 광활한 장골해수욕장 백사장이 바다와 어우러져 눈을 시원하게 하는데, 드러난 백사장 중간쯤 개막이 그물 통발이 고기 들어올 때만 기다리고 있고, 저마다 바구니와 호미를 든 여행객들이 통발을 한 참 뒤로 둔 바닷물 경계를 따라 바지락을 캐고 있다. 그들 옆으로 보이는 섬이 목섬이다. 섬으로 건너가는 길목을 경계로 장골해수욕장과 이름 모를 백사장 해안으로 나뉜다. 목섬에는 산괴불주머니와 현호색, 털벚꽃나무, 고로쇠단풍나무, 팥배나무, 분꽃나무, 아그배나무, 줄딸기가 육지보다 늦게 꽃송이 송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태풍에 쓰러진 소나무들이 해수욕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엎드려 절하듯 백사장으로 누운 채 질긴 생명의 힘을 보여준다. 목섬 꼭대기에서는 멀리 이작도와 승봉도 문갑도와 덕적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시위를 당긴 활모양의 장골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관과 경치까지도 사유화하려는 인간의 탐욕과 관할 군청의 무능이 합쳐져 세워진 무허가 건물이 흉물스럽게 서 있고, 인간 소비의 산물인 쓰레기가 널려있다. 이 조차도 멀리서 보면 하나의 경관이 되어버리는 자연의 포용력에 고개 숙이지만, 뒤틀린 심사가 쉬이 풀리지는 않는다.





장골해수욕장 주변에만 식당이 있어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자월도의 정상인 국사봉을 향해 떠난다. 길게 코스를 잡으면 6시간 정도 걸어야 하지만 나가는 배편을 고려해 앞 뒤 자르고 세 시간 코스로 잡는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그것이 섬이라면 고도가 조금만 올라도 보이는 눈맛이 다 다르다. 바닷가 마을은 마을대로 골을 따라 들어선 마을은 마을대로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능선에 올라서면 이쪽 바다와 저쪽 바다가 번갈아 가며 보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인다. 정상에서는 영흥도 화력발전소와 무의도 영종도 덕적도 이작도 승봉도 그리고 선갑도와 문갑도도 보인다. 아까 걸었던 장골해수욕장과 목섬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집 앞을 서성이는 연인처럼 바닷물이 어느새 밀려들어왔다. 목섬은 이제야 그 긴 목을 바닷물에 담그고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바닷길. 목처럼 길게 내 뺀 염원이 만든 그 길이 있어 섬 아닌 섬이 아름답다. 이제 목섬은 걸어서는 갈 수 없다. 다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 그리움의 섬이 되었다.





국사봉을 뒤로 하고 찾아간 하늬깨 해수욕장 앞에 목섬은 이제 다리가 놓여 손쉽게 언제나 갈 수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선 안 된다. 단지 흔적으로만 또는 누군가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 다리가 길고 멋지다면 목섬다리라든가 새로운 이름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개명조차 할 수 없는 초라한 상처만 남겼을 뿐이다. 하루에 두 번 그것도 물때가 잘 맞아야만 갈 수 있는 곳만이, 신비가 있고 염원이 있다. 목을 빼고 기다여야 할 그리움이 있다, 그 시간이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다. 바다와 맞닿은 목섬에서 보는 풍경은 분명 다리 이편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코 닿을만한 거리에서의 차별 보다는 연장 된 섬의 끝,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이 없는 막막함이, 아쉬움만이 부딪치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려간다.

섬에서 가장 많은 섬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선착장 특산품 직매장, 개두릅 오가피순, 엄나무순, 소라, 갱(소라 새끼처럼 생긴 고둥), 고사리를 놓고 팔고 있다. 개두릅과 엄나무순을 산다. 이들은 여행을 연장시킬 훌륭한 도구, 진한 향을 맡을 때마다 자월의 추억과 걸은 길과 그 길에서 새겨진 기억이 솔솔 피어오를 것이다.
 
2018년 4월 28일 자월도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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