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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관계, 수평적 대화

(53) ‘나가다’와 ‘들어오다’의 차이

18-05-14 07:39ㅣ 최원영 (wychoi19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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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81. ‘나가다’와 ‘들어오다’의 차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면 그와 반대로 즐겁고 그 만남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그 ‘누군가’의 언행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넷 자료 중에 ‘흰머리’라는 제하의 유머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말썽꾸러기 아들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엄마 머리에는 왜 흰 머리가 이렇게 많아요?”
그랬더니 엄마는 아들에게 꾸중하듯 이렇게 말하는군요.
“다, 너 때문에 그렇지.”
“아니, 왜 저 때문에 엄마 머리가 하얗다는 거예요?”
“이 녀석아! 네가 공부를 잘하니, 아니면 엄마 말을 잘 듣기나 하니? 그렇지 않으니까 엄마가 속상해서 슬퍼지게 되고, 얼굴에 주름이 자꾸 생기는 거야. 이렇게 머리카락이 하얀 색으로 바뀌는 것도 같은 이유야! 그러니까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잘해, 알았어?”
어린 아들은 엄마의 이 말을 듣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울먹입니다. 좀 심했나 싶어 엄마가 왜 우냐고 묻자, 아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외할머니가 불쌍해서 그래요.”

엄마의 의도와 달리 아들의 답변은 아주 의외입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겁니다. 아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김에 엄마는 아들의 생활태도를 고치겠다고 작정했지만, 아들은 외할머니의 머리카락이 백발인 이유를 자신의 엄마 때문으로 이해한 겁니다.

대화는 분명 소통의 방법이긴 하지만, 위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대화의 수단인 말투나 언행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소통이 단절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너와 내가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라 경찰관과 범죄자의 관계에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경찰관은 죄를 찾아내려고 하고, 죄인은 죄를 감추려고 할 테니까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요.
 
스물 세 번이나 가출했던 아들에게 아빠가 큰소리로 말합니다.
“이 녀석아! 어떻게 스물 세 번이나 집을 ‘나갈’ 생각을 했어? 도대체 왜 그래?”
그러나 아들은 여전히 아버지의 말씀이 못마땅한 듯 보입니다. 아들이 변화될 기미가 도무지 없자 아버지는 상담선생님에게 아들을 데려갔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상담선생님의 첫 마디에 아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아들이 변한 것일까요?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얘야,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답답한 집구석에 스물 세 번이나 ‘들어올’ 생각을 했니?”
 
집을 ‘나가다’라는 말에서 아버지는 경찰관의 입장에 서있고 아들은 죄인이 이미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아들의 마음이 열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아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겁니다. 바로 수평적 관계에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에 ‘들어올’ 생각을 했느냐는 상담교사의 말에서는 아들과 교사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임을 암시합니다. 집에 있으면 ‘늘 공부하라’, ‘게임하지 마라’ 등의 잔소리가 이어지는 등의 답답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니? 참 너는 대단하구나, 라는 격려의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에 아들은 자신의 진짜 속내를 드러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나가다’라는 판단이 아빠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라면, ‘들어오다’는 것은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이렇듯 멋진 소통의 비밀인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강자가 약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때만이 가능할 겁니다. 아빠가 아빠의 기준으로 아들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입장에서 헤아려줄 때 소통이 제대로 된다는 말이겠지요. 바로 ‘기준을 너에게 맞추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것이 너와 나 사이를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주는 명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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