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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니가 빨리 건강해지셔야지요"

( 214) 시부모와 엄니 모시기

18-05-15 07:56ㅣ 김인자 (somo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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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예, 어무니."
"들어갔냐?"
"예, 지금 막 들어왔어요."
"어무니, 오셨냐?"
"예, 엄니도 방금 전에 차에서 모시고 들어 왔어요."
"에고, 니가 힘들겠다."
"힘들긴요, 아니예요. 그르니까 어무니가 빨리 건강해지셔야지요. 엄니가 튼튼해지시면 저는 조금도 힘들지 않아요."
"그러냐?"
"예, 그니까 엄니 식사도 잘 하시고 햇볕보고 꼭 20분씩 걸으시고 운동도 매일 매일 열심히 하셔야해요."
"응, 알았다. 그르께."
"과일 갈아놓은거 아침에 일어나셔서 식 전에 꼭 드시고요."
"그래 그거 참 맛있드라. 그거 으트게 만들었냐?"
"안 가르쳐드릴거예요."
"하하, 안 가르쳐줘?"
"예, 안 가르쳐 드릴거예요. 어무니는 그저 맛있게만 드시믄 되요. 제가 가서 만들어 드릴꺼니까요."
"오냐, 그래. 고맙다. 잘 있어."


시어머니가 허리수술을 하셨다. 인하대병원에서 수술받으시고 열흘 동안 입원해 계시다가 재활병원으로 옮겨가셔서 열흘을 더 계셨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퇴원을 하셨다.
어머니가 병원에 가 계시는 동안 집에 혼자 남아 계신 시아부지의 아침과 점심 식사를 챙겨드리러 다녔다. 시어머니는 허리수술을 받으시기 전에 일주일을 먼저 입원해 계셨다.
우리 시어머니는 혈압이 높으시다. 그래서 종합검진과 대장 내시경 검사도 입원하셔서 받으셨다. 그러다보니 시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리러 다닌지 한 달 쯤 됐다.
정말 한 달이 정신없이 후다닥 지나갔다.


오전 9시15분, 아파트정문에 치매센터 사랑터 봉고차가 심계옥엄니를 모시러온다. 심계옥엄니를 배웅하고 나면 그 길로 곧장 나는 시댁으로 간다. 전날 내가 갈아 놓은 모닝쥬스( 양배추 사과 토마토 바나나)를 드신 시아버지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드린다. 시아버지가 아침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출타하시면 나는 시아버지 점심 준비를 시작한다. 중간중간 틈새에 청소와 빨래를 한다. 두 시쯤 시아부지가 들어오셔서 점심을 드신다.점심 설겆이를 하고 시아버지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리면 내가 읽어드리는 그림책이야기를 들으시며 시아부지는 달콤한 오수에 빠져드신다.
낮잠에 폭 빠지신 시아부지 머리맡에 홍삼 달인물을 자리끼로 놓아 드리고 난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서 집에 온다. 그 시간이 오후 4시 23분. 심계옥 엄니가 사랑터에서 돌아 오시는 오후 4시 30분에서 7분이 빠진다.
난 지금 현재 시각 4시 23분에 우리 아파트 정문앞에 서있다.
4시 30분에서 4시 36분 사이에 사랑터차가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면 심계옥엄니가 차에서 내리시고 그때부터 나의 오후는 시작이 된다.
심계옥엄니가 집에 오시면 애를 쓰시며 옷을 갈아입으신다.옆에서 심계옥엄니가 옷갈아 입으시는 거 시중들어 들이고 나면 세수를 시켜드린다. 심계옥엄니는 매일매일 속옷과 양말 그리고 손수건을 직접 손빨래하신다. 심계옥 엄니가 손빨래를 하시는 동안 난 치우지 못한 아침 설겆이와 심계옥엄니 저녁식사준비를 동시에 한다. 티비에서 '6시 내 고향'을 보시는 심계옥엄니는 저녁 6시30분 정각에 저녁식사를 하신다.


엄니의 저녁 식사 수발을 하고 나면 보통은 7시10분쯤 된다. 그때부터 청소며 빨래 등 집안일을 한다.
저녁 8시 30분. 심계옥엄니가 나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신다.
밤 9시. 심계옥 엄니가 잠자리에 드시는 시간. 엄니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리고 큰 아이 저녁을 챙긴다.
밤 10시. 대장의 저녁식사를 챙긴다.
밤11시. 작은 아이 저녁 식사를 챙기고 먹고 설겆이까지 마치면 11시50분 쯤 된다.
새벽 12시. 이 시간 부터 오롯이 내 시간인데 책 좀 보고 글 좀 쓰고 하다보면 새벽 2시 30분이 훌쩍 넘어간다.
새벽 4시 30분에는 심계옥엄니 샤워를 시켜드려야해서 자야하는데 이거저거 하다보면 홀딱 밤새기 일쑤다.
매일의 일상이 이러다보니 나는 늘 잠이 부족하다.
주변에서 내 생활을 아는 분들은 내몸 부터 챙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집에서 치매어머니를 모신다는게 쉽지 않을거라고 시설로 모시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 하시는 분도 계신다.
맞는 얘기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 성심을 다해 해보려한다.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악화되어 우리 심계옥엄니를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잠이 늘 부족하고 친구를 만나 차 한 잔 나눌 시간이 없지만 지금 이대로도 나는 괜찮다 생각한다.
그래도 심계옥엄니가 치매센터인 사랑터에 가 계시는 동안에 나는 강연도 가고 글도 쓰고 내 볼일도 본다. 4,5월은 시어무니 허리수술 시켜드리고 시아부지 식사 챙겨드리느라 강연을 못 나갔다.
이제 시어무니도 퇴원하셔서 집에 와 계시니 들어오는 강연도 고사하지말고 다시 또 열심히 다녀야겠다.
열심히 일하고 시간이 남으면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자작나무숲에 가서 침묵의 소리도 듣고싶다.
그 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난 이렇게 또 열심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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