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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과 불매운동

[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사무처장

19-08-13 09:42ㅣ 최문영 (choimy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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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일본 아베정부는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세 종류의 수출을 규제한다는 발표를 했다. 연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취했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관계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이 조처는 경제적 선전포고였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실현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정상선언문에도 위배된다.
 
이같은 경제적 선전포고의 배경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징용노동자에 대한 배상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한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동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불법적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국제인권기준인 피해자 중심주의 접근원칙에 따른 조치이고, 한일 양국의 평화와 동아시아 평화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다.
 
1965년 청구권협정은 일본 지배의 불법성을 명시하지 못한 불완전한 협정이었다. 이 협정에서 포기한 청구권은 '한국인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으로 밀린 임금이나 채무는 포기하겠으나 불법 행위에 따른 위자료까지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베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정치문제를 경제문제로 확대시켰고 경제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인천에서도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이 모여 일본제품 사지 않기, 일본관광 가지 않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 소유의 일본산 자동차를 파손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시민이 화제가 된 바 있고 시민단체들이 일본 자동차 영업소 앞에서 불매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불매운동은 일시적 현상도 아니고 관 주도의 퍼포먼스도 아니다. 오히려 몇몇 구청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주도하려다 항의를 받고 멈춘 사례도 있을 정도다.
 
시민 스스로 ‘노노재팬’이라는 일본 상품 올리기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정보를 취합, 공유하는 운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일본을 옹호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상영물을 시청하게 했던 콜마 회장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사퇴했다.
 
일본 화장품 회사 DHC도 자회사 ‘DHC테레비’에 출연한 극우인사가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은 원래 빨리 뜨거워지고 식는 나라”라고 언급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며 조롱했던 일본 정부도 이번에는 사뭇 긴장하는 눈치이고 경제적으로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영화계는 일제 강점기 시절 만주 봉오동에서 벌어졌던 광복군의 항일 승전을 다룬 ‘봉오동전투’와 일본계 미국인이 일본 극우세력의 민낯을 드러낸 다큐멘터리영화 ‘주전장’, 마지막 남은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김복동’ 등과 같은 한일 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때맞춰 상영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거나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상호 협력과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운동도 필요하다.
 
지난 2월 2·8독립운동의 산실 일본 도쿄의 재일본한국YMCA회관에서는 2·8독립선언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고, 한국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 행사에서 한일 양국의 그리스도인과 시민사회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적이었으며, 이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과 일본의 평화헌법 수호가 동아시아 평화의 기초이며 시작”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평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3·1운동 이후 100년,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매진해 왔다. 하지만 힘의 논리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74주년 광복절을 맞는다. 서울 광화문 앞에서는 YMCA, YWCA,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함께 모여 일본 경제침략의 부당함, 정의의 회복, 평화의 염원을 담은 시국 기도회를 연다. 인천에서도 광복절 기념식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모여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나라 일본과의 숙적 관계는 단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함께 노력해서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들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청년층의 결집과 의지도 돋보인다.
 
100년 전과 지금의 우리나라는 그 위상이 다르다. 일본이 앞을 향해 나가기 보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힘을 모아 막아야 한다. 다만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한다면 앞을 향해 평화로 나가는 길도 모색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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