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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과 시의 공통점과 차이점

(23) 인과법칙이 흔들린다

19-09-10 09:00ㅣ 김현 (kimhyun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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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서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 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 김일형은 칸트의 ’, 김경선은 니체의 ’,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학 2324

 

서술적인 시, 즉 운문에 의하여 모방할 따름인 시에 관해서 말한다면 그것이 비극과 공통된 점을 가지고 있음은 명백한 일이다. 그 스토리의 구성은 비극에 있어서와 같이 극적이어야 한다. 즉 스토리는 하나의 전체적이고 완결적인 행위, 시초와 중간과 종말을 가지고 있는 행위를 취급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서사시는 비극과 동일한 종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그것은 단일하든지 복잡하든지 해야 하며 성격적인 것이든지 혹은 파토스적인 것이어야 한다. 또 그 부분도 가요와 장경을 제외하고는 비극과 동일하여야 한다. 서사시도 급전과 발견 및 파토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그 사상과 조사도 좋아야 한다.” 152, 159

 

: 23장과 24장은 비극과 시에 대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고 있는데요. 먼저 공통점으로 극적인 점을 얘기하면서 완결적이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역사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즉 비극과 시의 스토리와 역사의 스토리는 다르다고 보고 있어요.

 

: 역사가 취급하는 것은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한 시기와 그 시기에 있어서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인 것이며 각 사건은 상호 간에 필연적인 연관이 없어도 무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 역사적 사건 상호간에 필연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네요.

 

: 역사적 사건간의 필연성에 관한 논의는 지금도 있지 않나요?

 

: 인과론적 서술방식에 익숙해서 모든 역사서술도 필연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 같아요.

 

: 프랑스는 토론문화가 일상화 되어 있어서 TV프로그램 대부분이 토론이에요. 거기서는 이유(raison)’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듣게 되는데 무슨 얘기를 하든 나름의 논리로 이유를 대면서 토론하는 문화가 활발해요.

 

: 중세는 신 중심 시대이기 때문에 이유가 필요 없었지만 근대에는 이성 중심 시대가 되다보니 필연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요구하게 되고 인과론에 대한 신봉이 극에 달한 시대에 우리가 살다보니 역사의 많은 사건들도 반드시 인과론적인 법칙에 의해 일어났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 학문의 영역에서도 과학의 절대 우위적 영향으로 인문학도 인문사회과학이라고 해야만 하는 웃픈 현실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인문학도 인과론에 지배를 받다보니 서술방식에서 필연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확실한 것만을 다루는 물리학의 영역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로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필연적 인과법칙은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 지금은 필연성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불확정성의 원리를 소개한 하이젠베르크의 저서 '부분과 전체'

 

: 비극과 시의 공통점은 지금껏 얘기했던 부분이라 따로 할 것 없는 것 같아요. 차이점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서사시는 그 구조의 길이와 운율의 점에서 비극과 상이하다. 서사시는 그 길이의 연장을 가능케 하는 큰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극에서는 동시에 일어난 많은 사건을 모방할 수 없고 오직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연출하는 사건에만 한하는 데 반하여 서사시에서는 그 서술적 형식이 동시에 일어난 많은 사건을 그려 내는 게 가능하게 한다. 운율에 관해서 말한다면 영웅시의 운율이 서사시에 적합한 것으로 경험에 의하여 알려졌다. 영웅시 운율은 실로 가장 안정성 있고 가장 무게 있는 운율이다. 이에 반하여 단장격 운율과 장단격 운율은 동적인 운율로서 전자는 행동의 운동을, 후자는 무용의 운동을 재현하는데 적합하다.” 160~161

 

: 연극과 서사시를 비교해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아요.

 

: 무대라는 제한적 요소로 인해 연극은 인원, 시간, 웅대함의 표현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요즘은 연극도 스케일이 점점 커져가고 있어서 어느 정도 제한요소들이 극복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맞아요. 중국여행 때 큰 체육관 전체를 무대로 하는 'Golden mask dynasty'라는 쇼를 본 적이 있었는데 무대 위에 폭포가 만들어져 있고 그 많은 물들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직접 연출해 내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출처: 
chinatour.net/golden-mask-dynasty-show.


: 그래도 극은 무대라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극의 한계는 사진으로 영화로 발전하면서 서사시의 웅장함을 넘어 서고 있는 것 같아요. 서사시의 상상적 요소를 시각화하는 영화의 기술력은 엄청나잖아요.

 : 고대에는 극적요소를 잘 갖춘 서사시가 상상의 영역까지 확장 되면서 지금의 영화를 대신하여 고대인들에게 재미난 스토리를 제공했던 것 같아요.

 
: 운율에 대해서도 영웅시 운율이 경험적으로 서사시에 적합한 것을 알게 되고 정착되면서 극의 단장격, 장단격 운율과는 확연히 구분됐음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 운율에 따라 스케일과 웅장함이 달라지는 걸을 경험적으로 알았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 웅장함이라는 감정이 우리 안에 내재해 있어 확인한 것인지 순전히 경험에 의해 각인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고대인들은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것을 보면 플라톤의 온전한 관념론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운율의 적절한 사용과 모방자로서의 작가의 개입여부를 잘 했을 때 서사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 또한 호메로스만이 잘 표현했다고 하니 아무나 서사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 호메로스는 오류추리(parologism)라는 방법으로 서사시의 허구를 구성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쳤다고 하니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었을 것 같아요.

 

: 오늘도 극과 서사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하면서 글 짓는 방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느끼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 시간은 이 모임의 마지막 시간으로 25장과 26장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정리: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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