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After] 현실정치 실감한 정치 신인 배태준… "양당제·소선거구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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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After] 현실정치 실감한 정치 신인 배태준… "양당제·소선거구제 극복해야"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4.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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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은 정권심판, 혐오·갈등 끝내려면 선거제 개혁해야
입법부 역할 제한하는 선거 구조, 누구에게도 도움 안 돼
"집값 올려달라는 유권자 요구, 마음 아프지만 이게 현실"

처음 선거판에 뛰어든 40대 초반의 정치 신인은 경선 포기를 선언하며 현실정치의 벽을 언급했다.

예비후보 선거운동 기간 '우리 동네 집값을 어떻게 올려줄 계획인가'라는 유권자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던 일화, 양당제와 소선거구제 극복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소회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인천 남동을에 출사표를 던졌던 배태준 변호사는 예비후보 등록 80여일만인 지난 3월 4일 당 영입인재 이훈기 당선자 지지를 선언하고 총선 일정을 마무리했다.

 

22대 총선에서 인천 남동을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배태준 변호사가 지난 19일 인천i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in
22대 총선에서 인천 남동을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배태준 변호사가 지난 19일 인천i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in

 

◇ 혐오정치 끝내려면 양당제·소선거구제 극복해야

배 변호사는 이번 총선 결과를 국민들의 정권 심판으로 해석했다.

그는 "보수 여당이 야당에 과반 이상을 내준 게 헌정사상 이번 총선이 처음"이라며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 정부가 국정 기조를 바꿀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배 변호사는 "대통령실은 과거 민정수석 역할인 법률수석 신설을 예고했다. 검찰 이탈을 막고 이재명과 조국, 나아가 김건희의 법률적 문제를 챙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선 포기를 선언한 뒤 짧게 유럽을 다녀왔다. 영국과 독일에서 법관들과 정치학도들을 만났는데, 특히 독일의 정치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독일은 우리나라차럼 1당이 누가 되느냐가 아닌 6~7개 원내 정당이 연립정부(연정)를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선거 제도 덕분에 각 정당들이 철학적·정책적 선명성을 드러낼 수 있고,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 정치는 극으로 치닫으며 혐오를 양산하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문제 해결의 열쇄는 양당제 극복이고, 양당제 극복을 위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국가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299석으로 같은데,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비례대표가 더 많아진다. 또 한 권역의 지역구 의석이 10석이면 비례대표 의석도 해당 권역으로 10석 배분된다.

배 변호사는 자신이 공약으로 낼 수 없던 아이디어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인천에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타운을 유치하고 싶었지만, 나의 공약으로 낼 수 없었다"며 "적합한 곳은 좋은 공대가 있는 송도같은 곳이다. 남동을에 출마한 내가 낼 수 있는 공약이 아니더라"고 했다.

이어 "과거 창업 멘토링 때 AI 사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오면 30% 정도를 미국으로 보냈다"며 "국내에서는 투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스타트업타운을 통해 그들의 꿈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2020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나온 뒤 AI 등 신산업 관련 창업멘토링과 강연 등을 해오고 있다.

그는 "우리 선거는 지역구 국회의원 254명이 자신의 지역만 생각하며 투쟁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입법부가 이렇게 일하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며 "남동구와 연수구를, 혹은 인천 전체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다면 국회의원들도 더 넓게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5일 배태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만수동에서 아침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배태준 페이스북
지난 1월 15일 배태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만수동에서 아침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배태준 페이스북

 

◇ '집값 올려달라' 요구 이해하지만… 결국 선거 제도 개선해야

배 변호사는 예비후보 시절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집값을 어떻게 올려줄 계획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은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하기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에 너무 비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며 "마음 아픈 질문이었지만 현실적인 얘기다. 이해는 한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선 캠프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종합부동산세를 낮추자는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며 "정치 구조와 제도는 인간의 이기성을 따라가는 것 같다.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도왔고, 이듬해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경제팀 간사를 맡아 활동했다.

또 '지금의 본인이라면 당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가 개발을 외친다. 지역구에 매어있기 때문"이라며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발상인 수도권 도시들의 서울 편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54곳으로 나뉜 지역구를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각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전체 발전에 기여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 거부 규탄대회에 참여한 배태준 변호사. 사진=배태준 페이스북
지난 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 거부 규탄대회에 참여한 배태준 변호사. 사진=배태준 페이스북

 

◇ 내가 모르는 세상 만나게 해준 정치… 내 방식으로 이어갈 것

배태준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일한 10년 동안 매일같이 밤 9~10시까지 일했다.

일 자체는 적성에 맞았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2020년 나온 뒤 변호사 일과 함께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서 고민상담과 창업멘토링·강연 등을 병행했다.

그는 "변호사 업무와 상담, 강연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출마해 지역을 다녀보니 내가 생각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알지 못한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모든 국민을 봐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라며 "이들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도 정치다. 당분간 나름의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인천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14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12곳을 가져갔다. 배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남동을 역시 같은 당이자 본인이 지지를 선언한 이훈기 후보가 당선됐다.

즉 그의 입장에선 다음 총선에서 남동을 출마는 물론 인천 출마 역시 가능성을 엿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 변호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정치에 뜻은 있으나 반드시 정치가 아니어도 자신의 뜻을 이룰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4년 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나도 모른다. 나는 순간 최선을 다하고 내 뜻을 남길 방법을 찾는 데 노력하는 성격"이라며 "사실 어떤 뜻을 남길지도 아직 찾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나와 같은 70~80년대생들은 '낀 세대'임을 많이 느낀다. 어른들처럼 힘든 시절을 겪지도, 90년대·2000년대 생들처럼 생존경쟁이 당연한 세대도 아니다"며 "지금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교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정치를 계속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정치와 연관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계속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공직선거 출마 등 직접정치를 할지 여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일에 매진하며 경험과 실력을 더 쌓을 계획이다. 시간 나는대로 책도 쓸 것"이라며 "책은 정치나 경제 분야가 될 것 같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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