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십정동에 전통주 쇼룸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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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십정동에 전통주 쇼룸이 있다고?
  • 안재연 객원기자
  • 승인 2024.05.0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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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열우물가게' - 속 깊은 우물같은 전통주의 매력 속으로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창고)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창고)

 

푸르른 인천 둘레길 4코스 함봉산이 둘러싼 나즈막한 주택들이 있는 동네. 열우물, 십정동이다. 열우물 경기장을 지나 네비게이션을 따라 간 동네는 한적했다. ‘이런 곳에 전통주 가게가?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순간 인터넷에서 봐온 전통주 창고가 슬쩍 보인다. 사진으로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전경)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전경)

 

그 옆에 빨간 벽돌, 작은 기와지붕에 더 작은 간판이 보인다. 이색적인 전통주 쇼룸 열우물 가게.

 

전통주가 뭐야? 막걸리랑은 달라?”

술맛을 알고 제대로 즐길 미각은 없는 기자는 전통주에 대한 얕은 지식조차 없이 무례(!)하게 열우물가게를 찾았다. 막연하게 술, 아저씨라는 키워드들이 주는 이미지로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를 상상했으나, 상상과 달리 신사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의 사업가인 김보성 대표가 기자를 반겼다.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앞 우물)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앞 우물)

 

열우물 가게의 상징, 가게 앞 황금색 우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아직도 물이 나오나요?” 물으니, “음용은 불가하나 사용 중이라 한다. 우물을 실제로 본 게 처음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김 대표는 친절히 뚜껑을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겉보기엔 작아 보이던 우물 속의 어두컴컴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놀랐다. 쇼룸 안으로 들어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내부)
인천 전통주 쇼룸 열우물가게 (내부)

 

전통주는 크게 우리가 흔히 아는 막걸리와 민속주 그리고 지역특산주로 나눌 수 있다. 십정동에 있는 열우물가게는 쇼룸이며, 외에도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도 여러 곳 있고, 양조장도 있는 전통주 종합 기업이란다.

오래되고 낮은 벽돌 건물, 여기저기 솟은 전봇대. 복잡한 전선들. 열우물 가게 근처의 풍경이다. MZ세대들이 감성 돋는 사진 찍으러 찾아다닌다는 옛스런 장소들이 조각 조각 떠오른다. 이런 곳에 전통주 쇼룸을 세웠다니...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각을 가진 대표라고 느껴졌다. 우물이 많아 열우물인 이곳 십정동과 술이라니! 위치 선정마저 탁월하다.

 

직장인의 금,토,일을 전통주로 표현했다. (열우물가게)
직장인의 금,토,일을 전통주로 표현했다. (열우물가게)

 

전통주, 어렵지 않아요. 우리 곁에 있어요.”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 등과 컬래버(collaboration) 제품을 내는 것도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전통주를 만들어내기 위한 대표의 노력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튜버와의 협업은 중요하다.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호기심과 구매력을 자극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전통주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름만 빌려주는 건 광고모델일 뿐이다. 컬래버 제품을 기획할 때, 처음 맛에 대한 논의부터 끝까지 함께 고민한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진정한 그 사람만의 술이 되게끔 노력을 기울인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전통주에 푹 빠져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 롯데 아사히주류, LG상사 트윈와인 사업부를 거치며 전통주 부재에 의문을 가진 게 계기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이 각 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통주 시장이 매우 협소했다. 도자기로 된 선물용 전통주 정도가 겨우 시장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주도 다른 여러 술들처럼 우리 삶 안에서 가깝게 즐길 수 있길 바랐다.

홍보비가 넉넉지 않았던 사업 초기에 외식업종 관계자들과 전통주 투어를 다녔다.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시작으로 전통주 시장을 키워왔다. 시대의 흐름도 그를 도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접근이 쉬워진 덕도 크다. 젊은 세대의 인기에 힘입어 전통주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표는 시장이 커져서 기쁘다고 했다. 경쟁업체도 생길 것이지만 전통주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며 멋진 포부를 자신 있게 드러내 보였다.

 

해병대 컨셉의 전통주-팔각모 사나이와 탈북민이 만든 전통주-농태기 (농태기의 삽화는 김대표의 자녀가 제작을 도왔다.)
해병대 컨셉의 전통주-팔각모 사나이와 탈북민이 만든 전통주-농태기 (농태기의 삽화는 김 대표의 자녀가 제작을 도왔다.)

 

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술이 있냐 물었다. 술은 취향을 많이 타지만, 혼자 마시는 건 아무래도 부드러운 게 낫지 않겠냐며 <오늘도 수고했어>를 추천했다. 90년대 아이돌 핑클의 <내 남자 친구에게>라는 노래를 만든 전준규 작곡가와 협업한 제품이라고 했다. 큐알을 찍으면 노래를 들으며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오미자 과실주라고 한다.

김 대표가 좋아하는 술과 안주 조합이 궁금했다. 평소 배우이자 가수 김민종의 팬을 자처하는 그는 김민종과 협업한 <하늘 아래서>와 함께 해산물 안주를 추천했다. 회나 찜류에도 그만이라고 한다.

 

열우물가게 창고 가득 다양한 전통주들
열우물가게 창고 가득 다양한 전통주들

 

김 대표는 술 외에도 관심이 많다. 이번엔 구리시와 협업한 라면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인천에 가장 관심이 많다. 인천 강화 고구마와 쌀로 만든 <서풍>은 판매 중이고,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술도 출시 예정이다.

술마다 치고빠지는 술, 길게 보고 만드는 술. 각각의 색과 맛이 다르지만 꾸준히 술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자신 넘치고 즐겁게 일하는 열우물가게의 김보성 대표에게서 한국 전통주 시장의 밝은 미래가 엿보였다. 그의 감각적인 행보가 계속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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